"에이전트 그만 만드세요. Skills를 만드세요."
AI 에이전트를 직접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발표를 보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제가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구조를 앤트로픽이 공식으로 말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무슨 발표였나
앤트로픽의 Barry Zhang과 Mahesh Murag가 AI Engineer Code Summit 무대에 올랐습니다. 두 사람은 Claude의 에이전트 시스템을 직접 설계한 엔지니어입니다. 16분짜리 발표에서 이들이 한 말의 핵심은 명확했습니다.
"업계 전체가 잘못된 문제를 풀고 있다."
지금 대부분의 회사는 도메인마다 전용 에이전트를 만듭니다. 마케팅 에이전트, 코딩 에이전트, 고객 응대 에이전트. 에이전트가 늘어날수록 관리 비용도 늘어나고, 각각의 에이전트는 서로의 맥락을 모릅니다. 앤트로픽은 이 접근 자체가 틀렸다고 말합니다.
답은 에이전트를 더 만드는 게 아니라, 범용 에이전트 하나에 전문성을 갈아끼우는 것이라는 겁니다. 그 전문성을 담는 그릇이 Skills입니다.
Skills가 뭔가요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Skills는 폴더입니다. 마크다운 파일이 들어 있는 폴더.
그 안에는 "이 일을 이렇게 하세요"라는 절차가 적혀 있습니다. 회사의 브랜드 가이드라인, 코드 작성 규칙, 고객 응대 매뉴얼, 세금 계산 절차. 어떤 도메인이든 상관없습니다. AI가 읽고 따라 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면, 그게 Skill입니다.
이들이 사용한 비유가 정확합니다.
"세금 신고를 맡기려고 합니다. IQ 300인데 세법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천재한테 맡기시겠습니까, 아니면 20년 경력의 세무사한테 맡기시겠습니까?"
전문성 없는 지능은 쇼입니다. 전문성이 패키징된 지능이 생산성입니다.
Skills의 작동 방식도 영리합니다. AI는 처음에 스킬의 이름과 설명만 읽습니다. 관련 있다고 판단하면 그때 SKILL.md를 풀로드합니다. 더 깊은 정보가 필요하면 참조 파일을 탐색합니다. 불필요한 맥락은 아예 로드하지 않습니다. 이걸 Progressive Disclosure라고 부릅니다.
왜 업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나
에이전트를 도메인마다 하나씩 만드는 접근은 직관적으로 맞아 보입니다. 마케팅 전문가, 코딩 전문가, 상담 전문가를 따로 고용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AI에서는 이 비유가 깨집니다.
앤트로픽이 발견한 건 이겁니다. Claude Code의 패턴은 항상 동일합니다. 모델 + 런타임 + 파일시스템. 이 구조는 바뀌지 않습니다. 바뀌는 건 오직 하나, 어떤 도메인 지식을 넣느냐입니다.
에이전트를 10개 만드는 건 같은 구조의 컴퓨터를 10대 사는 것과 같습니다. 컴퓨터를 더 사는 게 아니라,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됩니다. Skills가 그 소프트웨어입니다.
이미 이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이 발표를 보고 소름이 돋은 이유가 있습니다. 저는 비개발자입니다. 코딩을 모릅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를 직접 운영하면서, 시행착오 끝에 도달한 구조가 정확히 이것이었습니다.
저는 "비토"라는 AI 비서 하나를 운영합니다. 보험 업무, 블로그 콘텐츠, 일정 관리, 투자 리서치까지 전부 이 에이전트 하나가 합니다. 처음에는 도메인마다 에이전트를 따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보험 에이전트, 콘텐츠 에이전트, 투자 에이전트.
결론부터 말하면, 안 만들었습니다.
대신 이렇게 했습니다.
- CLAUDE.md — AI한테 "넌 이런 원칙으로 일해"라고 알려주는 매뉴얼
- CONTEXT.md — "지금 상황은 이렇고, 우선순위는 이거야"라는 현황판
- thinktank/ 폴더 — 보험, 콘텐츠, 투자, 카페 운영 등 도메인별 지식 파일
보험 상담을 준비할 때는 보험 파일을 로드합니다. 블로그 글을 쓸 때는 콘텐츠 파일을 로드합니다. 에이전트는 하나인데, 전문성이 바뀝니다. 앤트로픽이 "Skills"라고 부르는 것을, 저는 "Think Tank"라고 부르고 있었을 뿐입니다.
비개발자한테 이게 왜 중요한가
Skills의 핵심은 마크다운 파일입니다. 코드가 아닙니다. "이 일은 이런 순서로 하세요",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판단하세요", "참고할 자료는 여기 있습니다." 이걸 글로 적을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Skill을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앤트로픽에 따르면, 출시 5주 만에 수천 개의 Skills가 만들어졌습니다. 회계, 법률, 채용 같은 비개발 직군에서도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Fortune 100 기업들은 이미 내부 프로세스를 Skills로 패키징해서 배포하고 있습니다.
1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있는 팀에서는 Skills를 써서 코드 작성 방식을 표준화합니다. 하지만 이건 개발팀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기 업무의 절차를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면, AI한테 전문성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Skills는 결국 프롬프트 모음 아닌가요?
프롬프트는 "한 번 쓰고 끝"입니다. Skills는 폴더 구조로 영구 저장되고, AI가 필요할 때 자동으로 로드합니다. 매번 복붙할 필요가 없습니다. 프롬프트는 대화이고, Skills는 매뉴얼입니다.
Q. Claude Code가 아니어도 이 방식을 쓸 수 있나요?
핵심 개념은 동일합니다. ChatGPT의 Custom Instructions, Gemini의 Gems도 같은 방향입니다. 다만 Skills처럼 폴더 기반으로 파일을 구조화하고 필요 시에만 로드하는 Progressive Disclosure는 현재 Claude Code가 가장 앞서 있습니다.
Q. 에이전트를 아예 안 만들어도 되나요?
에이전트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범용 에이전트 하나는 필요합니다. 그 에이전트에 전문성을 주입하는 방식으로 Skills를 쓰라는 겁니다. 에이전트 + Skills 조합이 핵심입니다.
정리하며
이 발표를 보면서 느낀 게 있습니다. 저는 코딩을 모르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면서, "에이전트를 더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아니, 파일로 전문성을 정리하면 되지"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리고 클로드를 만든 회사가 공식 무대에서 같은 말을 했습니다.
방향이 맞다는 확인보다 더 중요한 건, 이 방식이 비개발자한테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Skills는 코드가 아니라 글입니다. 자기 업무를 글로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이 AI를 가장 잘 쓰는 사람이 됩니다. 지능은 모델이 제공합니다. 전문성은 여러분이 제공하면 됩니다.
Skills의 기초가 되는 CLAUDE.md, 직접 만들어보세요
왕초보 가이드 7편 — CLAUDE.md 완전 가이드 →
참고 자료
· Anthropic 공식 블로그 — Equipping agents for the real world with Agent Skills
· AI Engineer Code Summit — Don't Build Agents, Build Skills Instead (Barry Zhang & Mahesh Mur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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